새로운 AI 군비 경쟁은 모델이 아닌 '전력'에 관한 것
앤스로픽의 500억 달러 투자 계획은 AI 연구실들이 에너지 거인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앤스로픽이 미국 데이터 센터에 500억 달러를 쏟아붓겠다는 계획은 단순히 또 하나의 놀라운 AI 투자가 아니다. 이는 게임의 판도가 바뀌었음을 알리는 신호다. 세계 최고의 AI 연구실들은 더 이상 클라우드 서버를 빌리는 소프트웨어 회사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들은 경쟁자들이 먼저 선점하기 전에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인프라 강자로 진화하고 있다.
클로드 챗봇 개발로 가장 잘 알려진 샌프란시스코 기반의 이 회사는 영국 기반의 플루이드스택과 협력하여 텍사스와 뉴욕에 대규모 데이터 센터를 건설할 예정이다. 첫 번째 사이트는 2026년부터 운영을 시작한다. 이 프로젝트는 약 800개의 영구 일자리와 2,400개의 건설직을 약속하지만, 이것이 주요 이야기는 아니다. 진짜 헤드라인은 앤스로픽이 이제 클라우드 서비스를 빌리는 대신 자체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는 것을 선호하는 OpenAI, Meta, xAI, Google과 같은 클럽에 합류했다는 점이다.
클라우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때
가혹한 진실은 다음과 같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차세대 AI 훈련에 필요한 것을 따라잡을 수 없다. 2026~2027년 모델을 위한 엄청난 계산 부하에는 수십만 개의 GPU와 TPU로 구성된 긴밀하게 연결된 클러스터가 필요하다. 표준 클라우드 인프라는 그 정도 수준의 특수 네트워킹을 충분히 빠르게 제공할 수 없다.
앤스로픽의 CEO 다리오 아모데이는 발표 도중 "우리는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방식으로 과학적 발견을 가속화하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AI에 더 가까워지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잠재력을 실현하려면 최첨단 개발을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아모데이 CEO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업계의 모든 사람이 아는 사실은 더 이상 병목 현상이 칩이나 알고리즘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바로 전력이다.
xAI의 멤피스 사이트는 필요한 300메가와트의 전력을 확보할 수 없다. OpenAI는 거대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미국 내 텍사스, 뉴멕시코, 오하이오 등 5개 주에 분산해야 했다. 단일 부지로는 충분한 전력을 빠르게 공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메타는 전력 연결이 준비되기 전에 건설 속도를 높이기 위해 임시 텐트를 설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앤스로픽이 텍사스와 뉴욕으로 향하는 것은 완벽하게 합리적이다. 그곳은 이미 전력이 공급되고 있거나, 곧 공급될 수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1조 달러의 질문
오늘날의 AI 세계에서 500억 달러 투자는 거의 검소하게 들린다. OpenAI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예상 7기가와트의 전력 용량 지원을 받으며 5,000억 달러 규모로 치솟고 있다. 결코 뒤처지지 않는 메타는 5기가와트 규모의 하이페리온 프로젝트와 다가오는 프로메테우스 사이트를 포함하여 새로운 미국 인프라에 최소 6,000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다. 2025년 인프라 예산으로 750억 달러를 책정한 구글조차도 우주 기반 데이터 센터를 고려하고 있다. 그렇다, 우주다. 지구의 기존 전력망으로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기술 역사상 기묘한 순간이다. 범용 인공지능(AGI) 달성에 가장 가까운 회사들은 철도 시대 이후 가장 큰 물리적 투자를 하고 있는 회사들이기도 하다. 그들은 세상을 바꿀 AI 혁신이 머지않았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막대한 전력 소모가 있는 데이터 센터가 필요할 것이라고 베팅하고 있다.
이것은 위험한 게임이다. MIT 연구원들은 최근 생성형 AI 프로젝트의 95%가 투자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만약 이것이 부분적으로라도 사실이라면, 업계는 오지 않을 신을 위한 사원을 짓는 격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연구실들이 옳다면, 아무리 뛰어난 알고리즘을 가졌더라도 2026년까지 충분한 전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누구든 뒤처지게 될 것이다.
기가와트의 정치학
올해의 모든 대규모 AI 인프라 발표는 이상할 정도로 애국적인 색채를 띤다. 그들은 모두 "미국 일자리", "국내 경쟁력", 그리고 "국가 우선순위와의 일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앤스로픽의 보도자료는 심지어 "미국 AI 리더십 유지를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AI 행동 계획"까지 언급했다. OpenAI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통해 "현장 일자리 25,000개"를 자랑했다. 메타는 루이지애나 사이트를 블루 아울 캐피탈과 함께 구성하여 20%의 소유권을 유지하면서 30억 달러를 유치하고 자체 재정 위험을 줄였다.
이것이 실리콘밸리식 산업 정책이다. 연구실들은 지역 일자리와 미국 투자를 약속하는 것이 허가 과정을 가속화하고, 관료주의적 절차를 간소화하며, 규제 당국을 만족시킨다는 것을 배웠다. 앤스로픽이 말하는 "좋은 미국 일자리"는 단순히 홍보가 아니라, 말 그대로 불을 밝히기 위한 계산된 움직임이다.
하지만 더 큰 게임도 전개되고 있다. AI에 대한 통제는 빠르게 전력 인프라에 대한 통제로 변모하고 있다. OpenAI, Meta, Google, xAI, 그리고 이제 앤스로픽을 포함한 소수의 회사들이 AGI 분야에서 누가 선두를 차지할지를 결정할 수도 있는 메가와트를 확보하고 있다. 이 규모에 필적할 수 없는 국가들은 장기적으로 이를 달성한 국가들에 대한 의존에 빠질 위험이 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까
앤스로픽은 또한 구글 클라우드 TPU 사용을 최대 백만 유닛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양날의 검 전략이다. 자체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면서도 대규모 클라우드 전력을 계속 임대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연구실들은 클라우드 공급업체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하드웨어와 기술 전문 지식의 도매상으로 활용하면서 토지, 전력 및 규모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는 것이다.
향후 1년 반 동안 이 하이브리드 모델이 작동할지 여부가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적어도 하나의 메가 프로젝트는 전력 또는 자금 조달 지연으로 인해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하드웨어 공급이 건설 일정과 어떻게 맞아떨어지느냐에 따라 일시적인 GPU 과잉 공급이 발생하거나 치명적인 컴퓨팅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 이제 인프라가 코드만큼이나 AI 발전을 이끌고 있다.
앤스로픽에게 이 500억 달러 투자는 오랜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연구실이 석유 회사처럼 돈을 쓰는 경쟁자들과 경쟁할 수 있는가? 답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 하지만 스스로 그런 회사가 됨으로써만 가능하다. 범용 인공지능을 향한 경쟁은 전력 확보 경쟁으로 바뀌었고, 앤스로픽은 이제 출발선에서 자신의 자리를 차지했다.
투자 조언 아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