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AI 스타, '적대국' 발언에 앤트로픽 떠나 구글 딥마인드 합류
인공지능(AI) 업계가 핵심 인재를 경쟁사에 잃었다. 최신 세대 언어 모델 개발에 크게 기여한 28세 연구원 야오 순위(Yao Shunyu)가 앤트로픽을 떠나 구글 딥마인드로 이직했다. 앤트로픽에 몸담은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의 이직 이유는 단 한 구절에 있었다. 앤트로픽이 중국을 "적대국"으로 규정한 결정이었다.
야오 순위는 이번 주 올린 솔직한 블로그 게시물에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앤트로픽 내부의 많은 동료가 해당 문구에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자신의 조국을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는 회사에 계속 머물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앤트로픽에 온 이유와 떠나는 이유'라는 제목의 [작별 에세이]에서 "내가 회사에 계속 머물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베이징에서 실리콘밸리까지, 그의 눈부신 성장
야오 순위의 이야기는 글로벌 AI 인재 이동의 전형적인 사례로 읽힌다. 베이징의 명문 칭화대학교에서 예치순상(Yeh Chi-Sun prize) 등 최고 영예를 안고 졸업한 그는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 태평양을 건넜다. UC 버클리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실력을 다진 후 AI 분야로 방향을 틀었다. 2024년 10월, 그는 앤트로픽에 합류해 불과 몇 달 뒤 출시된 '클로드 3.7 소네트' 개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연구에 몰두했다.
그는 당시의 흥분이 "매혹적이었다"고 회상했다. "수년 동안 물리학자로 일하다가, 내 연구가 최첨단 모델 성능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는 것은 정말 짜릿한 경험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심지어 앤트로픽을 물리학자 및 다른 이공계(STEM) 박사 학위 소지자가 AI 경력을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곳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하지만 그 설렘은 오래가지 못했다.
결정적 전환점
지난달, 앤트로픽은 자사 기술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며 전 세계 중국 기업의 자회사들을 금지하고 중국을 명시적으로 "적대국"이라고 칭했다. 이러한 조치는 지적 재산권 침해와 첨단 AI의 군사적 이용에 대한 미국의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었다. 야오 순위는 해당 결정이 자신이 회사를 떠난 이유의 "약 4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나머지 60%는 공개적으로 밝히기를 꺼린 내부 문제에서 비롯되었다고 그는 시사했다. 그의 마지막 말은 단호함과 함께 날카로운 여운을 남겼다. "너희와 함께해서 좋았지만, 너희 없이 있는 것이 더 낫다."
딥마인드의 큰 수확
이제 야오 순위는 구글 딥마인드로 향한다. 그는 구글의 가장 야심 찬 멀티모달 모델의 핵심인 제미니(Gemini) 팀에서 일하게 될 것이다. 딥마인드의 최고경영자(CEO) 데미스 하사비스는 지정학적 문제에 대해 보다 화해적인 입장을 취하려 노력해왔다. 그는 올해 초 워싱턴과 베이징에 AI 안전에 대한 협력을 촉구하며, 첨단 시스템의 위험은 국경을 초월한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메시지는 앤트로픽 경영진의 보다 강경한 접근 방식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아모데이의 긴 그림자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는 AI 분야에서 중국의 역할에 대해 거침없이 발언해 왔으며, 과거 트럼프 행정부 시절 워싱턴에서 흔히 들리던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강력한 칩을 중국 기업에 공급하는 것에 반대하며, 이는 군사 기술을 발전시켜 "우리의 미래를 저당 잡는 것"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의 이러한 입장은 추상적인 것이 아니다. 그의 초기 경력에는 바이두 실리콘밸리 AI 연구소에서 LSTMs를 활용한 음성 인식 프로젝트 '딥 스피치 2(Deep Speech 2)'에 참여했던 경험이 포함되어 있다. 바이두의 한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아모데이는 바이두의 경직된 관리 방식과 개방적 탐구보다는 '복종'을 강조하는 문화에 불만을 가졌고, 이러한 경험이 오늘날 그의 강경한 입장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아모데이는 자신의 우려가 개인이나 디아스포라 연구자가 아닌, 국가 주도의 위험을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최근 "이는 특정 기업과 행위자로부터 오는 전략적 위험에 관한 것이지, 사람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이러한 수사가 배제적 분위기를 조성한다고 지적한다. 야오 순위의 공개적인 퇴사는 이제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실제 사례가 되고 있다.
국경 없는 인재 경쟁
야오 순위의 이번 이직은 AI 군비 경쟁을 둘러싼 더 큰 질문을 제기한다. 즉, 발전의 동력인 핵심 인재들을 밀어내지 않고 어떻게 국가 안보를 보호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2022년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 내 상위 AI 연구자 10명 중 거의 4명이 중국 출신으로, 이는 미국 태생 전문가들을 능가하는 수치다. 만약 분위기가 적대적으로 변한다면, 이들 인재는 다른 연구소나 다른 국가로 흩어질 수 있다.
그러나 야오 순위에게 이번 결정은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로 보인다. 그는 물리학자에서 AI 연구자로 변신해 다음 미개척 분야를 쫓는 인재이며, 딥마인드가 이제 그를 영입했다. 그의 여정은 이 분야의 모든 기업이 직면해야 할 한 가지 진실을 강조한다. 혁신은 국적을 가리지 않지만, 정책과 인식은 여전히 가장 뛰어난 인재들이 어디에서 일할지를 결정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