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달러 최종전: AWS 리인벤트 2025에서 드러난 AI 미래를 위한 주도권 다툼
클라우드 지배력 대신 실리콘 주권 시대 개막
12월 2일(현지시간) 아마존 웹 서비스(AWS)의 쏟아지는 발표—144개 칩을 탑재한 트레이니움3(Trainium3) 울트라서버, 3개의 자율형 '프론티어 에이전트(frontier agents)', 그리고 주권국가를 위한 온프레미스 AI 팩토리—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30년 간의 전략이 막을 내렸음을 알리는 순간이다. 리인벤트(re:Invent) 2025에서 전달된 메시지는 분명하다. 가장 영리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자가 아닌, AI 인프라의 물리적 '원자(atoms)'를 통제하는 자가 향후 10년을 지배할 것이라는 점이다.
AWS는 최초의 3나노(nm) 칩인 트레이니움3가 이전 모델 대비 4.4배 향상된 컴퓨팅 성능과 4배 더 나은 에너지 효율을 제공하며, "동등한 GPU 시스템"과 비교해 학습 비용을 최대 50% 절감한다고 주장한다. 더욱 주목할 점은 아마존 베드록(Bedrock)이 이미 이 칩으로 실제 워크로드를 운영하고 있으며, 앤트로픽(Anthropic) 등이 사용을 약속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과장 광고가 아니라, AWS가 엔비디아(NVIDIA)로부터 대규모로 매출총이익을 되찾아오고 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진정한 이야기는 단 하나의 칩 출시를 넘어선다. 2025년 모든 주요 하이퍼스케일러(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동일한 움직임을 보였다. 구글(Google)은 TPU v6를 출시했고,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마이아 2(Maia 2)를 배치했으며, 오라클(Oracle)은 암페어(Ampere)와 트레이니움을 도입했다. 맞춤형 실리콘, 에이전트 기반 AI 플랫폼, 주권 데이터 센터는 이제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는 패턴이 명확하다. AWS는 선두를 달리는 것이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픈AI(OpenAI) 파트너십과 구글의 제미나이(Gemini)에 AI 주도권을 내어준 후 필사적으로 따라잡고 있는 상황이다.
엔비디아의 역설: 매출은 늘어나지만 통제력은 줄어든다
AWS는 엔비디아의 가장 진보된 GB300 NVL72 아키텍처를 특징으로 하는 P6e-GB300 울트라서버를 동시에 발표했으며, 트레이니움4(Trainium4)가 엔비디아의 NV링크 퓨전(NVLink Fusion) 인터커넥트 패브릭을 통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모순에는 미래가 담겨 있다. 엔비디아가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PC 시대의 인텔(Intel)처럼 모든 기업의 스택에 필수적인 인프라로 흡수되는 동시에 '승자독식'의 지배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엔비디아의 경우, 단기적인 거래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HUMAIN 프로젝트(칩 15만 개 배치)를 포함한 AWS AI 팩토리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확정 지출을 의미한다. 그러나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워크로드의 30~50%를 자체 브랜드 실리콘으로 전환하고, 프리미엄 엔비디아 하드웨어는 프론티어 모델 학습과 가장 어려운 추론 문제에만 사용할 것이므로 장기적인 가격 결정력은 약화될 것이다.
트레이니움4에 대한 NV링크 퓨전 라이선스는 특히 아픈 부분이다. 엔비디아는 새로운 IP 수익을 얻지만, 아키텍처의 독점성을 포기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AWS, 인텔, 퀄컴(Qualcomm)이 모두 NV링크 호환 패브릭을 사용하게 되면, 엔비디아의 해자(moat)는 "우리가 전체 스택을 소유한다"에서 "우리가 최고의 생태계를 가졌다"로 바뀔 것이다. 이는 더 좁고 경쟁적인 위치가 된다.
마진 회수 vs. 멀티플 압축
AWS는 2025년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33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아마존 전체 영업이익의 65% 이상을 차지했다. 오펜하이머(Oppenheimer)는 AWS가 12개월 동안 3.8기가와트(GW)의 용량을 추가했으며, 각 기가와트당 잠재적으로 30억 달러의 매출을 지원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 이는 2026년 말까지 AWS의 매출 잠재력이 1,750억 달러에 달하며, 시장 컨센서스인 1,540억 달러를 상회함을 의미한다.
트레이니움3는 이러한 성장 스토리를 변화시킨다. 만약 트레이니움3가 상당한 워크로드에서 실제로 50% 낮은 비용을 제공한다면, AWS는 고객 가격을 인하하면서 마진을 방어하거나, 낮은 비용을 무기 삼아 애저(Azure)와 구글 클라우드(Google Cloud)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아 올 수 있다. AI 팩토리는 공공 클라우드가 정치적으로 불가능한 주권 환경에서 동일한 스택을 수익화하며, 수십억 달러 규모의 연금성(annuity-like) 인프라 계약을 창출한다.
아마존은 후행 주당순이익(EPS) 기준 33배로 거래되고 있으며, 엔비디아의 45배, 마이크로소프트의 37배에 비해 뒤처지는 '매그니피센트 세븐' 밸류에이션을 보여준다. 이는 AWS의 재가속에도 불구하고 나타나는 현상이다. 시장은 일반적인 "AWS가 AI를 한다"는 점은 가격에 반영했지만, 대규모 맞춤형 실리콘을 통한 마진 회수나 주권 인프라 매출 라인은 아직 반영하지 않았다.
엔비디아의 경우, 2027년까지는 거래량이 견고하게 유지될 것이지만, 투자자들은 2023-24년의 프리미엄 멀티플에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모든 하이퍼스케일러가 신뢰할 수 있는 대체 가속기를 내놓게 되면, GPU당 가격은 정점에 달하고 매출총이익 확대는 정체될 것이다. 2030년까지 AI 인프라 지출이 3조 달러에 이를 수 있지만, 엔비디아의 시장 점유율은 80%에서 45-50%로 압축될 수 있다. 이는 여전히 엄청난 규모이지만, 가치 평가에 대한 절제가 필요하다.
잔인한 진실: 리인벤트 2025는 단순한 제품 출시 행사가 아니었다. 이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낡은 경제학에 대한 장례식이자, 칩, 전력, 토지에 대한 물리적 통제가 향후 5년간 누가 살아남을지를 결정하는 수직 통합 AI 인프라의 즉위식이었다. 그 외의 모든 기업들은 부수적인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투자 조언이 아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