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 에스컬레이터 고장, '사보타주' 주장 놓고 공방 가열
트럼프 연설 중 기술적 문제 발생, 비난과 책임 공방 촉발
뉴욕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엔 총회 참석은 일상적인 행사였어야 했지만, 순식간에 외교적 소동으로 변모했다. 에스컬레이터가 갑자기 멈춰 서는 바람에 트럼프 전 대통령과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는 나머지 계단을 걸어 올라가야 했다. 몇 분 뒤에는 연설 도중 텔레프롬프터가 꺼져 즉흥 연설을 해야 했고, 이후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
백악관은 이를 단순한 불운이 아니라 사보타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유엔 관계자들은 기계적 결함과 인적 오류를 명확히 지목하고 있다.
에스컬레이터가 멈춘 경위
유엔은 고장 원인을 지체 없이 설명했다. 기술 기록에 따르면 안전 센서가 작동하여 에스컬레이터가 자동으로 정지했다. 이 센서는 옷이나 물건이 틈새에 끼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유엔 대변인에 따르면, 가장 유력한 원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장을 촬영하던 미국인 카메라맨이 뒤로 발걸음을 옮기다 센서를 건드린 것으로 보인다. 여러 국제 언론도 이 설명을 가장 타당한 것으로 보도했다.
텔레프롬프터 문제는 어떨까? 유엔 직원들은 해당 장비를 다루지 않는다고 말한다. 각 대표단이 자체적으로 가져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즉, 텔레프롬프터가 고장 났을 때 트럼프 전 대통령 측 관계자들이 장치를 통제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백악관의 반박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트루스 소셜에 올린 격앙된 게시물에서 일련의 사고를 “유엔에서의 삼중 사보타주”라고 규정하며, 회의장의 오디오 문제까지 포함시켰다. 그는 “이것은 우연이 아니었다”며 “이런 짓을 한 사람들은 체포되어야 한다!”고 적었다.
캐롤라인 리빗 백악관 대변인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며, 유엔 직원들이 과거 에스컬레이터를 끄는 것에 대해 농담했다고 보도한 런던 타임스 기사를 언급했다. 행정부는 현재 조사와 심지어 해고까지 요구하고 있다. 비밀경호국은 에스컬레이터 정지 사건을 조사 중임을 확인했다.
묵은 긴장감 재점화
이번 사건은 에스컬레이터 고장보다 훨씬 더 깊은 신경을 건드리는 문제다. 미국과 유엔 간의 불만은 수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분쟁의 핵심에는 돈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은 유엔 정규 예산의 약 22%와 평화유지 비용의 4분의 1을 부담하는데, 이는 다른 어떤 회원국보다 훨씬 많은 액수다. 많은 미국인들은 이를 적대국들조차 동등한 발언권을 행사하는 조직에 과도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본다.
편향성 문제도 있다. 비판론자들은 유엔이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오랫동안 채택하면서도 심각한 인권 침해 기록을 가진 정권들에게는 덜 주목해왔다는 점을 종종 지적한다. 보수적인 시각에서는 이를 미국 동맹국들에 대한 제도적 적대감으로 해석한다.
인권이사회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베네수엘라, 중국,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국가들이 여러 차례 이사회에 참여했으며, 많은 미국인들은 이를 위선의 극치로 여긴다.
관료주의는 또 다른 문제점이다. 르완다와 스레브레니차에서의 실패부터 아이티 콜레라 발병 사태에 이르기까지, 비판론자들은 유엔이 막대한 자원에도 불구하고 서투르고 느리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주장한다.
미국 우선주의 지지자들에게 더 깊은 문제는 주권이다. 그들은 기후 협약, 난민 협정, 군축 조약 등이 미국의 의사결정을 족쇄 채우는 것이라고 본다. 그들은 왜 미국 정책이 선출되지 않은 국제 관료들이 설정한 글로벌 합의에 따라야 하는지 묻는다.
조사관들의 활동
비밀경호국은 에스컬레이터의 보안 영상과 기술 데이터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조사관들은 직원들을 인터뷰하고 비상 정지 장치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확인하고 있다. 한편, 유엔 관계자들은 협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기술적 조사 결과를 확고히 고수하고 있다.
향후 전망
유엔은 고위급 방문에 대한 절차를 강화할 수 있다. 정상 도착 전 장비 점검 강화, 언론팀의 위치에 대한 명확한 규칙 설정, 각 대표단 팀과의 긴밀한 조율 등이 그것이다.
조사 결과가 유엔의 설명을 뒷받침한다면 상황은 진정될 수 있다. 그러나 고의적인 간섭의 증거가 나온다면 파장은 폭발적일 수 있다.
에스컬레이터 전문가들은 현대식 시스템이 여러 개의 안전 차단 장치를 갖추도록 설계되었으며, 유엔의 설명이 이러한 설계에 부합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최종 결론은 보안 검토가 완료되어야 나올 것이다.
현재로서는 기계적 고장, 정치적 의혹, 그리고 묵은 불만이 기묘하게 뒤섞인 이번 사건이 워싱턴과 유엔 간의 불편한 관계를 다시 한번 조명했다. 한 관계자의 말처럼, 유엔은 모든 국가를 환영하는 데 전념하고 있지만, 이번 경우에는 기계 점검을 두 번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