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주도권 싸움: 유니레버의 과감한 CEO 선임, 벤앤제리스 지배구조 분쟁 심화
유니레버가 아이스크림 제조사 벤앤제리스의 강력한 독립 이사회의 동의 없이 요하난 센프를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습니다. 오늘 발표된 이 결정은 소비재 대기업 유니레버와 진보적 행동주의로 유명한 버몬트 기반 브랜드 벤앤제리스 간의 수년간 이어진 힘겨루기가 극적으로 심화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이번 CEO 선임은 유니레버가 벤앤제리스, 매그넘, 브라이어스 등 전체 아이스크림 사업부를 올해 말 별도 법인으로 분사하려는 중요한 시점에 이루어졌습니다. 업계 분석가들은 이 잠재적 상장 가치를 120억150억 유로(약 17조 8천억22조 3천억 원)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사회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것은 권력과 원칙에 관한 문제"라며, "벤앤제리스는 항상 단순한 아이스크림 그 이상이었으며, 이사회는 유니레버가 분사를 앞두고 그 유산을 체계적으로 해체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저항의 맛: 해고가 촉발한 법적 분쟁
이 기업 간 대치의 핵심에는 데이비드 "데이브" 스테버가 있습니다. 그는 1988년 벤앤제리스에 공장 투어 가이드로 합류하여 승진을 거듭한 끝에 2023년 5월 CEO 자리에 올랐습니다. 짧은 재임 기간 동안 벤앤제리스는 한 자릿수 중반대 물량 성장을 유지하고 전자상거래 사업을 약 15% 확장했으며, 이 모든 과정에서 브랜드의 적극적인 정치적 행동주의 전통을 이어갔습니다.
2025년 3월, 벤앤제리스의 독립 이사회는 유니레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송 내용은 스테버가 실적 부진 때문에 해고된 것이 아니라(그의 재무 지표는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알려짐), 브랜드의 사회적 사명, 특히 논란이 되었던 2021년 이스라엘 점령 서안 지구 판매 중단 결정을 옹호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이사회 제출 서류에 인용된 내부 문건에 따르면, 유니레버는 스테버에게 더 높은 보수의 확장된 글로벌 직책을 제안했으나, 그는 "사명의 진정성"을 이유로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유니레버는 스테버의 입장이 "중대한 명성 위험을 초래했다"고 주장하며 후임자를 임명할 계약상 권리를 행사했습니다.
계산된 타협: 센프의 전략적 선임
유니레버는 요하난 센프를 통해 이 험난한 상황을 헤쳐나갈 이상적인 후보를 찾은 것으로 보입니다. 2003년 유니레버에 합류하여 벤앤제리스 유럽 지사장을 역임한 이 네덜란드 출신 경영자는 브랜드 이해도와 기업 충성도를 겸비한 독특한 조합을 보여줍니다.
유럽 지사장 재임 기간 동안 센프는 벤앤제리스의 매출을 성장시키는 동시에 "캐어링 데어리(Caring Dairy)" 지속가능성 프로그램을 시작하여, 브랜드의 사회적 사명에 대한 이해를 보여줌으로써 독립 이사회를 달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소비재 분석가는 "센프는 유니레버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타협 후보를 대변한다"며, "그는 브랜드를 분사 준비시킬 실무 역량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지배구조 시한폭탄을 잠재적으로 해체할 수 있을 정도의 행동주의 이력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임자와 달리 센프는 공개적인 논란이나 지배구조 분쟁 기록 없이 비교적 낮은 대중적 인지도를 유지해왔습니다. 이는 아이스크림 사업부 상장을 위한 투자자 로드쇼를 준비하는 유니레버에게 의심할 여지 없이 매력적인 자질입니다.
삐걱거리는 관계: 압박받는 지배구조
이 분쟁의 중심에 있는 특이한 지배구조는 유니레버가 2000년 벤앤제리스를 인수할 당시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계약 조건에 따라 독립 이사회는 브랜드의 "사회적 사명"과 마케팅에 대한 독점적 통제권을 유지합니다. 이 조항은 벤앤제리스의 행동주의가 열성적인 지지자와 맹렬한 비판자를 동시에 만들어내면서 유니레버에게 점점 더 문제가 되어왔습니다.
피터 터 쿨베 유니레버 아이스크림 사업부 총괄은 유니레버가 "선의"로 협력을 시도했으나 이사회가 이를 거부하며 절차를 지연시키고 소송을 위협했다고 주장하며 회사의 조치를 옹호했습니다.
이사회는 유니레버가 CEO 선정 과정에서 자신들을 배제함으로써 인수 계약을 위반했다고 반박합니다. 이 주장은 오는 10월 맨해튼 법정에서 심리될 예정입니다.
월스트리트의 주시: 기업 행동주의의 재정적 이해관계
투자자들에게는 이 지배구조 분쟁이 "매그넘 아이스크림 컴퍼니(The Magnum Ice Cream Company)"로 잠정 명명된 유니레버의 아이스크림 사업부 분사 가치 평가에 상당한 불확실성을 야기합니다.
아이스크림 사업부는 2024 회계연도에 83억 유로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기본적인 영업이익률은 약 12%였습니다. 표준적인 10배 EV/EBITDA(기업가치/상각전영업이익) 평가 기준으로 볼 때, 이는 120억~130억 유로의 기업 가치를 시사합니다. 하지만 일부 보고서에 따르면 유니레버는 150억 유로의 가치 평가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소비재 전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 정도 규모의 지배구조 리스크는 통상적으로 EBITDA 멀티플에서 최소 1배를 깎아먹는다"며, "센프가 로드쇼 전에 이사회와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9배에 가까운 가격을 예상해야 하며, 분쟁이 상장 후에도 억제될 때만 잠재적인 상승 여력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달콤한 투자 기회인가 씁쓸한 위험인가?
현재 전개되는 상황은 다가오는 분사를 주시하는 투자자들에게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제시합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세 가지 잠재적 시나리오를 제시합니다.
기본 시나리오 "데탕트" (50% 확률): 이사회는 강화된 정보 공개 권한을 확보하고 행동주의를 누그러뜨리면서, 3분기에 10배 멀티플로 IPO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는 판촉 활동 자제를 통해 마진을 0.5%p(50bp) 개선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낙관적 시나리오 "화해" (25% 확률): 이사회는 TMICC 이사회에 참여하고 소송을 취하하여 마케팅 시너지를 통해 마진을 1.0%p(100bp) 높이고 11~12배의 가치 평가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비관적 시나리오 "소송 판결" (25% 확률)**의 가능성도 큽니다. 뉴욕 남부 지방법원이 이사회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IPO는 2026년까지 지연될 수 있으며, 법적 비용과 자본 시장 혼란으로 인해 마진이 1.5%p(150bp) 감소하고 가치 평가가 8배로 하락할 수 있습니다.
전술적 투자자에게는 몇 가지 접근 방식이 고려될 만합니다. "스텁 트레이드(stub trade)" 전략, 즉 유니레버 본사 주식을 매수하고 (아이스크림 사업부를 제외한) 분사 당일에 TMICC 주식을 공매도하는 방식은 본사(15배 EV/EBITDA)와 분사 사업부 간의 가치 격차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더 기회주의적인 투자자들은 만약 기회가 주어진다면, IPO 전 앵커 투자에 참여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는 9~10배의 멀티플이라 하더라도 냉동고 자본 지출이 감소하면 아이스크림 사업부가 그룹 평균 이상의 성장 잠재력을 제공할 것이라는 관점에 기반합니다.
핵심 일정: 다가오는 결정 지점
이 기업 드라마의 전개 방향을 결정할 몇 가지 중요한 일정이 있습니다. 7월 25일 유니레버의 2분기 실적 발표는 스테버 CEO 퇴임 이후 첫 실적 데이터를 제공할 것입니다. 이어서 9월 9일에는 유니레버가 투자자들에게 상세한 분사 계획을 발표할 매우 중요한 자본시장 설명회가 열립니다.
10월에는 이사회의 가처분 신청에 대한 중요한 법원 심리가 예정되어 있으며, 11월 중순에는 F-1/투자설명서 제출이 예상됩니다. 상장 예정 기간은 2025년 3분기 말 또는 4분기로 잡혀 있지만, 소송으로 인해 지연될 수 있습니다.
한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는 "센프에게는 자본시장 설명회 전까지 본질적으로 60일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며, "그때 유니레버는 투자자들에게 주력 브랜드 이사회와의 소송이라는 '별표' 없이 깔끔한 스토리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