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AMD에 대규모 투자 단행—그 의미는?
미국 에너지부는 AMD에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AI 슈퍼컴퓨터 두 대를 구축하기 위해 약 1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단순한 조달 계약처럼 들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정부가 진정으로 하고 있는 것은 미국이 인공지능 하드웨어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을 재편하는 것이며, 엔비디아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 직접적인 도전장을 던지는 것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과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는 이 합의를 공동 발표했다. 표면적으로는 AMD의 주가를 약 1.3% 상승시키는 데 그쳤지만, 그 이면에는 훨씬 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이 슈퍼컴퓨터들은 에너지부 산하 국립 연구소에 설치되어 국가의 가장 난해한 과학 문제들을 해결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는 핵융합 에너지 반응 시뮬레이션, 핵 비축물 보호, 그리고 암 치료법 연구 가속화 등이 포함된다.
라이트 장관은 브리핑에서 "이것은 단순히 더 빠른 컴퓨터를 만드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우리는 발견에 이르는 시간을 단축하고 있다. 고성능 컴퓨팅이 인공지능과 결합될 때 미국이 전 세계적으로 선두를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개의 시스템. 하나의 전략적 전환.
에너지부는 여기서 두 개의 별도 시스템을 구축한다. '럭스(Lux)'는 6개월 이내에 가동될 예정으로, 이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공격적인 일정이다. '디스커버리(Discovery)'는 이번 10년 말까지 완공을 목표로 하는 장기적인 프로젝트다. 흥미로운 점은 AMD, 휴렛 팩커드 엔터프라이즈(HPE), 오라클이 모두 하드웨어와 자본을 기여한다는 것이다. 그 대가로 이들은 이 시스템들이 생성하는 연산 능력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정부가 미래 기술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의 청사진이 될 수 있는 민관 협력 모델이다.
왜 지금인가? 왜 엔비디아만으로는 안 되는가?
엔비디아는 수년간 AI 컴퓨팅 시장을 장악해왔다. 그들의 CUDA 소프트웨어 플랫폼은 머신러닝 연구자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되었다. 에너지부는 심지어 연구 컴퓨팅 센터에 '도우드나(Doudna)'와 같은 강력한 엔비디아 기반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왜 다변화하려 하는가?
정부는 이전 슈퍼컴퓨터 프로젝트에서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 '프론티어(Frontier)'와 '엘 캐피탄(El Capitan)'은 단일 공급업체에 전적으로 의존할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보여주었다. 모든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으면 취약해진다는 것이다. AMD를 공식적으로 수용함으로써 미국은 공급망을 강화하고, 실질적인 경쟁을 장려하며, 향후 20년간 경제 및 군사력을 형성할 첨단 기술을 협상할 때 진정한 영향력을 얻게 될 것이다.
시기 또한 도움이 된다. 현재 의회는 국가 안보 및 보건 연구에 대한 자금 지원을 지지하고 있다. 에너지부는 발표된 AI 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좁은 기회를 가졌는데, 이 전략은 모든 국립 연구소에 걸쳐 다양하고 공유 가능한 컴퓨팅 능력을 명시적으로 요구한다. 이번 계약은 이 기회를 활용한 것이다.
AMD의 대대적인 검증
AMD에게 이는 수년간의 꾸준한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맺는 것을 의미한다. 이 회사는 데이터 센터 시장에서 약자에서 주요 플레이어로 꾸준히 성장해 왔다. 그러나 진정한 전환점은 지난달 한 주요 클라우드 공급업체가 OpenAI 관련 작업을 위한 AMD와의 다년 계약을 발표했을 때였다. 이러한 상업적 성공은 정부가 필요로 했던 최종적인 신뢰를 안겨주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이는 상업적 성공에 뒤따르는 정부 차원의 검증"이라며 "에너지부는 이제 AMD를 지구상에서 가장 까다로운 AI 워크로드를 위한 진정한 제2 공급원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는 복잡해진다. AMD는 단순히 자사의 칩이 작동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시험대는 ROCm이라고 불리는 AMD의 전체 소프트웨어 생태계다. AI 분야에서는 칩의 속도보다 칩을 유용하게 만드는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하다. 국립 연구소에서 실행되는 대부분의 복잡한 과학 코드들은 원래 엔비디아의 CUDA 플랫폼용으로 작성되었다. 이것들을 ROCm으로 옮기는 것은 엄청난 사업이다.
이 계약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함으로써 에너지부는 본질적으로 개발자와 과학자들에게 핵심 애플리케이션이 여러 플랫폼에서 작동하도록 만들 것을 강제하는 셈이다. 정부의 지시는 영향력이 크다. 그러나 AMD가 진정으로 신뢰할 수 있다고 과학계에 확신시키는 것은 더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다.
10억 달러의 의미
이 헤드라인 수치는 엄청나게 커 보인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AMD의 은행 계좌로 곧장 들어가는 순수 매출로 간주하는 것에 대해 경고한다. 10억 달러는 전체 민관 협력 사업의 총 가치를 포괄한다. AMD는 그중 일부를 얻지만, 전체 수익을 가져가는 것은 아니다. HPE와 오라클 같은 파트너사들도 상당한 하드웨어와 자본을 기여한다. AMD는 프로젝트가 진행됨에 따라 수년에 걸쳐 자사의 지분만큼 수익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일정 또한 실제적인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럭스'만큼 복잡하고 강력한 시스템을 6개월 이내에 납품하는 것은 정말 야심찬 목표다. 통합 문제, 액체 냉각 시스템, 소프트웨어 준비성 등은 쉽게 지연을 초래할 수 있다. 정부 슈퍼컴퓨팅 분야에서는 1~2분기 정도의 지연은 일반적으로 정시 납품으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다.
AMD에게 진정한 승리는 즉각적인 수익이 아니다. 바로 전략적 후광 효과다. 자사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미국 과학 연구의 최고위층에서 공인받는 것은 강력한 파급 효과를 낳는다. 이 에너지부 시스템에서 나오는 성능 벤치마크와 레퍼런스 디자인은 황금 표준 마케팅 도구가 된다. AMD는 향후 고가의 기업 및 상업용 AI 계약을 위해 경쟁할 때 이를 근거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더 큰 그림
미국은 더 이상 모든 것을 단일 챔피언에게 걸지 않는다. 이제는 경쟁사 그룹을 구축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중요하다. 다음 발견의 시대는 지금 구축되고 있으며, 처음으로 여러 설계자가 청사진에 이름을 올렸다. 국가들이 AI 지배를 위해 경쟁하는 가운데, 이러한 다변화는 미국의 가장 현명한 움직임이 될 수도 있다.
본 자료는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